2000년 12월 24일 크리스 마스 때였죠. 그 당시에는 엽기라는 말이 유행이었어요. 아시려나... ??
그후 01년도에 '엽기적인 그녀' 라는 영화가 나오고 했는데, 아무튼 당시 고등학교 2학년 이었던 저에게는 전지현보다 외모가 많이 떨어지는 여자 친구가 있었어요.
"오빠야~ 우리 크리스 마스에 머할까...?? "
"글쎄 난 그냥 가족들과 교회나... 꽥~.... "
말이 끝나기전에 멱살을 잡협죠. 예수님 곁으로 보내줄테니 거기서 예배 많이 보라는
여자 친구를 달래며 00월드 아이스 링크로 스케이트 타러가기로 했죠.
지금은 모르겠는데 그때는 잠실역 지하도 출구에 항상 헌혈 버스가 있었어요.
"오빠야~ 우리 피 뽑아서 아픈 사람들 도와주자. 응?? "
평화주의 자인 저는 전쟁을 싫어 합니다. 그보다 더 끔찍한건 주사 맡는 정도가 있고요...
근데 한마디도 대꾸하지 못했죠. 많은 사람들 앞에서 멱살 잡히고 싶진 읺았거든요.
"오빠야~ 이거 하나도 안 아퍼 내가 먼저 할테니깐 나만 따라해."
잠시후 피검사를 하던 간호사가 한심하다는 듯 한마디 하더라고요.
" 학생 혹시 어제 술마셨어요?? 술마시면 헌혈 못해요 "
그 말에 여자친구는 얼굴이 달아올랐죠. 그러면서 친구들이랑 집에서 망년회겸
친목다지기로 한잔 했답니다. 고작 고1이. 소주 한병을...
전 그냥 그럴수도 있겠거니 했어요. 주당인걸 모르고 만난것도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나쁜아이는 아니니까. 길가다가 불쌍한 사람보면 100원짜리 동전 몇개
던져주긴 했으니까....
"그럼 우리 오빠피 2배로 뽑아주세요 ."
정말 어처구니 없는 말을 하더군요. 이럴꺼면 술이랑 사귀라고 하고 싶었어요.
"학생 헌혈 처음하는것 같은데 오늘하루 무리한 운동 하지말고 푹 쉬어요."
간호사 누나는 안쓰러운지 쵸코파이를 한박스 주더군요. 다른 사람은 낱개로 2개 주던데...
그러나 그 엽기녀는 모든걸 가져갖어요 쵸코파이 한박스와 3000원 짜리 공중전화카드. 모두를...
"오빠야 내가 이 카드로 오빠한테 전화 많이 걸어주께." 하면... 핸드폰도 없던 나에게...
아이스링크장은 난장판 이었어요. 크리스마스에 그렇게나 갈때가 없었던지 서울시민이
전부다 와있었어요.
저는 스케이트를 잘 탑니다. 그러나 그 엽기녀는 저 멀리서 바둥거리고 있더군요.
"오빠야~ 손잡아죠. 나 너무 많이 넘어져서 엉덩이 다 까졌나바. 흑 "
아니 내가 왜~~ ?? 이러려고 여기 데려온건줄 몰랐니?? 그동안 쌓인 감정은 희열이 되어 비명을 질렀습니다. 내 마음속 깊은곳에서...
전 여자 친구의 내미는 손을 정중히 사양하고 정말 정신없이 탔어요. 그 신호가 올때까진... 몸속에서 따뜻한 덩어리들이 마치 스펀지에서 보았던 콜라와 아이스크림을 한번에 먹었을때 생기는 현상처럼... 한손으로 입을 틀어 막았어요.
"오빠 왜그래??"
어느세 내옆으로 와있더군요 그녀는... 전 아무말도 못했어요 손으로 입을 틀어 막았으니깐. "오빠 손가락 사이로 물 나온다. "
더이상 참을수가 없었습니다. 하얀 빙판위로 어제 먹은 음식들이 쏟아져 점점 퍼져나갔어요.
"오빠 어제 김치 넣고 라면 끓여 먹었구나.."
그 한마디를 남긴체 그녀는 출입구 쪽으로 달렸습니다
스케이트는 처음이라던 그녀가 지금은 쇼트랙 국가대표 상비군 처럼 사람들을 헤치며
멀어져 갔습니다. 사람들이 수근거리기 시작했어요. 죽고 싶었지요
점점 번져가는 분비물을 스케이트 날로 한곳에 모으곤 스케이트장 밖으로 도망쳤죠
거기있으면 내 인생을 망칠것 같았거든요 출입문은 사람들이 많아 꼼짝할수 없어서 벽을 타 넘어서 도망쳤습니다. 정말 최악이었죠 감히 어느누가 그런곳에서 토를 하겠어요?
사람이 없는곳으로 뒤도 안 돌아보고 뛰었습니다. 그리고선 화장실로 들어가 숨었죠
지금 생각해보니깐 변기에 앉아서 울었던 것 같아요 창피해서 또 그녀에 대한 배신감 때문에...
1시간을 그러고 있다가 화장실에서 나왔습니다. 옷이면 얼굴이면 망신창이가 되어 있었습니다.
비참했죠. 그때 저 멀리 그녀가 보였어요 조심스럽게 다가온 그녀는
"오빠야 괜찮아??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줄 아러??" 하면 묻더군요.
저는 화를 낼 수 없었습니다. 넋이 나가고 이미 모든걸 포기 했기에.
"너 어디 갔었어?? 나 혼자 두고 ??"
"어~~ 어 , 오빠 약사려고 약국 ..... "
"근데 약은 어딨냐?? "
" 약국갔는데 문 잠겼더라고 이리와 등이나 두드려 줄께."
" 너 혹시 이러려고 나 헌혈 시켰니??"